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 인민일보가 지난 1일자 논평을 통해 중국 자동차 업체간 과도한 가격 인하 전쟁에 대해 '내권식(内卷式,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무질서한 가격 전쟁을 통해 단기적인 실적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자칫 빈 껍데기만 남는 일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 곳곳에서 나왔다. 가격 인하 경쟁으로 완성차 업체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결국엔 대부분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제조업의 이익률은 4.4%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7.8%였던 이익률은 가격경쟁이 본격화된 2023년 5.0%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대도 무너졌다.
심지어 올 1분기에는 3.9%까지 하락했다. 이는 가격 할인 경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순수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고, 멀지 않은 시기에 폭발할 것이라는 게 중국 자동차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가장 큰 우려는 독과점이다. 이미 비야디(BYD)가 시장을 과점한 상태이며, 가격 경쟁 이후 비야디의 독점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본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독점의 폐해는 크다. 상황에 따라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지만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 통제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인민일보의 1일자 논평은 함축된 의미가 담겼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차 업계의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은 완성차 업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 파장이 이미 딜러산업으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전국 2위 자동차 딜러그룹인 광후이자동차가 상장 폐지됐다. 중국 전국 1위 자동차 딜러그룹인 중성홀딩스는 지난해 반기 실적이 반토막났다. 완성차 업체의 가격 할인 정책이 딜러에게 전가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딜러뿐만 아니다. 완성차의 협력업체들도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 악순환이 시작됐고, 언제가는 폭발할 것이라는 게 중국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비야디가 협력업체에 2025년 납품 단가 10% 인하 요구를 했다는 내용이 중국 매체들을 통해 흘러나왔다. 자칫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중국 제몐신문은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무분별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공급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요구하는 부품 단가 인하 폭이 점점 커지면서 중소 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산업 사슬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어음의 지불 기간도 늘었다. 제몐신문은 중국 윈드(Wind) 데이터를 인용, 중국 16개 상장 자동차업체의 어음 지급 기간은 평균 182일이라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 자동차 시장의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 자동차 산업에 헝다그룹이 존재한다라고 언급한 웨이젠쥔는 국유기업인 창청자동차의 회장이다.
또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한 주화룽은 국유기업인 창안자동차 회장이다. 특히 창안차는 또다른 국유 기업인 둥펑차와 합병을 진행 중이다.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부 문제를 언급한 직후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공정한 경쟁 질서 유지 및 업계 건전한 발전 촉진에 관한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 자동차 산업을 감독하는 공업정보화부가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제시한 행동강령을 지지한다면서 관련 부처와 협력, 불공정 경쟁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중국 자동차 업계의 헝다그룹 존재 언급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계산적인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주도 또는 관 주도의 중국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