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관련 투자 제한 조치와 관련 중국 당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중국 상무부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미국의 기업의 중국 투자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미국은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원칙에서 벗어난 결정을 했다"면서 이는 국제 경제와 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개별 기업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며 글로벌 공급 사슬을 교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인수합병(M&A), 신설법인, 합작투자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미국 기업 또는 자본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미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미국의 무역과 기술 문제를 고의적으로 정치화하고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제된 발언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가세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의 조치는 성과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 기업에 피해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리융 중국국제무역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투자 제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투자자를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주로 중국 반도체 관련 대기업이며,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하는 등 국제적 관행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와 주미 중국대사관의 성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조만간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갈륨과 게르마늄 이외에 추가로 반도체 관련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행정명령은 미국 기업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당장 우리 기업에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관련 핵심 광물에 자물쇠를 채울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확실성이다.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경우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양자 컴퓨팅과 AI는 미래 분야인 만큼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제동을 걸겠다는 미국 측의 상징적인 의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중국 국가안보부는 이날 공식 위챗을 통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는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필요한 조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가안보부는 이어 선진국 대부분이 전략적 광물 자원에 대한 관리 및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WTO도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을 세계 시장에 초과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전략적 자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통제이며, 국제 관행에 부합하는 정당한 조치라고 명분을 쌓았다.
국가안보부는 "자원과 에너지는 경제와 안보,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에너지 자원을 우리 손에 쥐고 있어냐 질 높은 사회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