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지급준비율(RRR)과 정책 금리를 낮추겠다고 밝힌 이후 중국 일부 지역 주택공제관리센터가 주택공제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8일 펑파이와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상하이와 충칭, 하이난, 쓰촨성 등 일부 지역 주택공제관리센터가 8일부터 주택공제대출 5년 미만 금리와 5년 이상 금리를 각각 2.1%와 2.6%로 인하했다. 2주택에 대한 금리도 각각 2.525%와 3.075%로 낮췄다.
이번에 인하된 금리는 신규 대출에 대해 적용되며 기존 대출 금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주택공제대출 금리 인하는 인민은행의 개인 주택공제대출 금리 0.25%포인트 인하 방침에 따른 것이다.
◆中, 미중 관세전쟁에 군자금 마련
판 총재는 7일 '시장 심리 지원을 위한 패키지 금융정책' 관련 설명회에서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이 커진다. 통상 0.25%포인트 인하 시 5000억 위안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판 총재의 언급에 따라 오는 15일 지준율이 0.5%포인트 인하된다. 1조 위안(한화 약 193조원)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중국의 평균 지준율은 6.2%로 낮아진다.
중국 당국은 지준율 뿐만 아니라 정책 금리 등 다양한 내수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판 총재는 전날 중국의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8일부터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가 현행 1.5%에서 1.4%로 낮아질 것이라고 판 총재는 말했다. 이는 중국의 기준금리 격인 LPR의 인하를 암시한 것이다.
중국 내부에선 이번 통화 정책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중에 돈을 풀어 관세전쟁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중국 통화당국의 복안이라는 것이다.
롄핑 중국 광카이최고산업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 대외무역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통화 정책은 지난달 열린 중국 정치국 회의 이후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中 종합선물세트형 금융정책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1조3000억 위안(한화 약 253조2000억원) 규모의 초장기 특수 국채 발행 일정을 공개했다. 발행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3주 정도 앞당겨졌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4월 들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일정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4일 첫 발행이 이뤄지는 등 올해 모두 21차례에 나눠 초장기 국채를 발행한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사실상 시작된 만큼 서둘러 시중에 자금을 풀어 내수 경색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미중관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 3분기 추가 재정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판 총재의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은 중국 당국의 재정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속된 말로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며,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큰 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통화당국은 지준율 및 금리 이외에 중소기업 재대출 금리와 주택공제대출, 자동차할부금리 등도 낮췄다.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는 모두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일 5년물 LPR 금리를 더 낮추는 핀셋 인하를 단행할 수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 1분기 중국 부동산 대출 잔액은 7500억 위안으로 지난 2022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는 등 중국 부동산 시장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