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응우엔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초청으로 12일 베트남을 방문했다. 시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일자 1면에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시 주석은 쫑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동지이자 형제"라며 베트남이 이룩한 발전 성과에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항상 전력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트남과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을 확고히 추진하자"라고 제안했다.
쫑 서기장은 이에 대해 "베트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모든 형태의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양국 관계 발전은 베트남의 최우선 과제"라며 "경제와 무역, 안보, 인적 협력 등 베트남은 중국과의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최고 지도자 간 만남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이벤트로 해석된다.
다만 양국 교역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양국 무역 거래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양국 교역액은 1조4503억7000만 위안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베트남 수출은 0.1% 감소한 반면 수입은 9.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교역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아세안 수출은 0.1% 감소했고, 수입 증가는 0.4%에 불과했다.
11월 말 현재 중국과 아세안 교역액은 5조7951억2000만 위안이다. 중국·베트남 무역이 아세안 전체 무역의 25%를 차지하는 셈이다.
특히 올해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11월 말 현재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액은 5825억7000만 위안에 달했다. 한국이 주의해서 봐야 할 대목은 양국 중간재 거래액이다.
실제 올해 11월까지 중국과 베트남 간 중간제품 교역액은 1조100억 위안으로 중국-베트남 무역의 69.8%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평판 디스플레이 모듈과 오디오 및 비디오 장비, 리튬 배터리 제품의 교역액은 전년 대비 각각 12.3%와 17.1%, 10.8% 증가했다. 중국도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 완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수출하는 구조로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간 품질이 우수한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 완제품을 만들었던 중국 산업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11월 말 기준 중국의 한국 수입액은 1조360억1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나 줄었다.
해관총서가 공개하는 국가별 수출입 현황 통계에서 올해 중국이 수입을 가장 많이 줄인 국가는 한국이며, 그다음은 대만(-10.9%)이다. 반도체 글로벌 시황 악화 등으로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이 감소했다고 보기에는 수입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여기에 중국의 의도적 수입 감소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코로나19로 막혀 있던 중국과 베트남 간 국경무역(소규모 보따리 무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말 현재 양국 국경 간 무역액은 1185억8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5.1% 증가했다고 펑파이는 설명했다. 이 가운데 베트남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광시성(省)과 윈난성의 국경 무역이 전년 대비 각각 34.4%와 65.6% 증가했다고 펑파이는 덧붙였다.
중국 내부에선 이번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교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