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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 대만 정치 지형 변화에 선제적 대응

시진핑 만난 블링컨 "우리는 대만 독립 지지하지 않아"
정치·경제적 목적에 관계 개선 나서 미·중

"We(US) do not support Taiwan independence(우리는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간 첨예한 갈등을 겪어온 미·중 관계에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19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데 이어 시 주석과 얼굴을 마주했다.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만큼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예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 외교라인 1~2자는 물론 중국 최고지도자까지 만났다는 것은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측의 노력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만큼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양측 모두 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관계가 2018년(무역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일촉즉발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중 관계 핵심 단어 'policy' = 이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의 미묘한 변화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al)'을 주장했고, 미국 역시 이 원칙에 동의했다. 중국과 수교는 대만과의 단교를 의미한다. 미국은 대신 1979년 대만 관계법을 통과시켰다. 또 1982년 대만에 6가지(6개 보증 : 대만 관계법 미(未)수정, 대만 무기 수출 미기한, 대만 무기 수출시 중국과 미협의, 양안관계 미중재자, 대만 주권 입장 미변경, 대만에 중국과 협상 미강요)를 약속했다. 6개 보증은 대만 관계법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정책(Policy)'의 기준이자 그간 중국 견제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해 왔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새롭지 않지만 주목한 점은 시점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미·중 분위기에서 중국을 5년 만에 찾은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 현지에서, 그것도 시 주석과 회담 이후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 역시 듣고 싶던 말을 미국 외교 최고위급 인사에게 들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목적은 '경제와 정치' = 미·중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경제 때문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말 중국을 찾았을 당시 양국 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머스크를 일개 경제인으로만 봤다면 오산이다. 머스크의 중국 방문 그 자체가 관계를 어떻게든 개선해 보겠다는 미국 측의 심중이 담겨 있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같은 전망은 쉽게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6월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2차례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관리가 여전히 쉽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1%대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의 관세를 인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고관세를 완화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충분조건이다. 3연임을 한 만큼 시 주석의 대외 외교력을 14억 인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 개선은 시 주석의 3연임 당위성이다. 중국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간 미국의 견제와 압력으로 대중국 투자를 주저했던 여타 서방 국가들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양국 모두 정치 및 경제적 이유로 관계 개선에 나선 셈이다.

 


◆난감해진 대만, 그리고...= 미·중 관계 개선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난감한 국가는 대만이다. 앞서 대만의 정치 지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진당은 독립을 기치로 반중친미 노선으로 지방선거에 나섰지만 대만 국민들은 민진당이 아닌 국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내년 1월 예정된 차기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반면 그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했던 국민당은 정권 재창출에 고무적이다. 대만의 바뀐 정치 지형도 미·중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민당이 집권하게 되면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및 견제의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만 정치 지형 변화를 사전에 읽고 선제적으로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예런 미국 재무장관이 강조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서방 진영이 대중국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당시 미국이 아닌 한국에 경제 보복 한 국가다. 중국의 보복 기술은 미·중 갈등을 겪으면서 훨씬 더 은밀하고 정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