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직간접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위안화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광의통화(M2)와 협의통화(M1)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중국 금융 당국이 당초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13일 공개한 올해 7월까지 M2 잔액은 303조3100억 위안(한화 약 5경 762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늘었다.
반면 M1 잔액은 63조2300억 위안(1경201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줄었다.
M1과 M2 격차는 한달 전인 6월 보다 더 확대됐다. 6월 말 기준 M2 잔액은 305조2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M1 잔액은 66조6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 줄었다.<본지 7월 12일자 '中 상반기 사회융자 규모 8.1% 증가' 참조>
M1은 수시입출금 등 말 그대로 지금 당장 현금으로 쓸 수 있는 통화량이다. M2는 예금 등 금융상품이 포함된 통화량이다.
올 7월까지 중국 위안화 대출은 전년 대비 13조5300억 위안(한화 약 2570조7000억원) 증가했다.
인민은행이 직간접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또 기업들이 투자 등 산업 생산보다 금융권에 자금을 묻어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7월 말 기준 위안화 대출 잔액은 251조1100억 위안(4경771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대출은 늘었지만 M1은 줄고 있는 것이다.
M1과 M2 격차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기업대출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대출금이 예금 등 금융 상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리 인하로 예금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금융상품에 돈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재무 건전성 등을 고려한 조치로도 읽힌다.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재무관리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중국 금융당국이 추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차익거래 여지를 줄이는 조치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 대출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중국 산업생산과 실업률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해석은 기업들이 신규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갚는 '롤오버'가 이뤄지면서 M1과 M2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기업 대출이 많았다는 의미이자, 부실이 존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국유 및 지방 정부 산하 기업들이 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존 대출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중국 통화 당국의 통화정책이 곧바로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 당국의 경제성장률 목표 '5% 내외' 달성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M1과 M2의 엇박자가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