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한국 車브랜드, "중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 등록 2025.11.10 07: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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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지난해 연간 판매 비야디 월간 평균 판매보다 낮아
중국 시장 읽지 못한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자 오판 지적

 

'32만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하는 판매량이다. 이는 지난해 비야디(BYD)의 월간 평균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중국 매체 지몐신문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 상황을 분석했다.


10일 지몐신문 등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8.8%에서 지난해 1%로 수직낙하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판매량은 32만대로, 이는 비야디의 월간 평균 판매량 90% 수준이라고 이 매체는 꼬집었다.


이 매체는 불가 10여년 전 현대차의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연비와 내구성, 유지비를 경쟁력으로 베이징과 충칭 등 주요 도시의 택시 모델이 될 정도로 품질 면에서 평판이 좋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베이징현대(현대차 중국 법인)의 대리점을 찾기란 도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3년 700여개에 달했던 베이징현대 복합 대리점은 현재 200여개로 감소했다. 지난 2020년과 2023년 사이 베이징현대 대리점은 300개 이상 줄었고, 매년 100여개의 대리점이 문을 닫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와 동시에 베이징 현지 공장은 5개에서 1개로 축소, 현재 순이 공장만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베이징현대 영업 사원 정펑(가명)씨는 "한 때 매장에서 월 600대 정도가 판매됐지만 현재는 월 100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몇년 새 동료들이 다른 브랜드로, 또 어떤 이들은 신에너지차 회사로 이직했다"고 현재 베이징현대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현대는 한때 베이징에만 28개의 대리점을 운영했지만 현재 3~4곳만 남아 있다"면서 이 중 2곳은 더 이상 차를 팔 생각없는 듯 하다"고 전했다. 기존 고객에게 정비 및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할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상황은 비슷한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중국에 진출한 제네시스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중국 내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제네시스 차량 당 평균 마케팅 비용은 71만 위안(한화 약 1억450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여타 브랜드 베스트셀러 모델 판매 가격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지몐신문은 지적했다. 당시 제네시스 내부에서 조차 한 대 팔릴 때마다 두 대씩 손실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돌 정도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몐신문는 한때 연간 100만대를 판매하던 현대차·기아는 현재 중국에서 잊혀진 브랜드가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23만대를 판매,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판매 3위 브랜드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 시장에서 퇴출에 가까운 실적을 보이는 원인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우선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이 중국 시장으로 전략적으로 우선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략적 오판, 미흡한 현지화, 잘못된 제품 전략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분명한 브랜드 포지셔닝 등 복잡적인 문제도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징현대는 10개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입해 온 차는 판매가 부진하고, 현지에서 생산된 모델은 구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이징현대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는 새로 출시한 '일렉시오' 단 한대뿐이며, 수입한 팰리새이드는 30만 위안(한화 약 6100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외면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그간 중국 토종브랜드보다 높은 기술력, 일본 브랜드보다 많은 옵션 덕에 중국 시장에서 성장했지만 현재는 이와 같은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등 중국 전략을 조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 매체는 외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 한국차의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라는 장점이 사려졌다면서 한국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진이 중국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차의 중국 버전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사업 몰락은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자의 오판 외 정치적 영향도 작용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현대차·기아의 중국 사업이 기울기 시작해다.


급기야 연산 30만대 규모의 충칭공장을 헐값에 손절하기까지 했다.<본지 2023년 8월 22일자 현대차 충칭공장 매각, 2023년 10월 5일자 '똥값된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참조>

 

조영신 기자 yscho@economic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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