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확정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관세안을 가결했다. 관세안이 확정되자 중국 상무부는 이날 EU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보호무역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반발하는 중국
중국 상무부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지속적인 자주 혁신을 통해 세계에 고품질의 녹색 공공재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한 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며, 정상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중국과 EU의 경제(무역 및 투자)협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EU의 녹색 전환 과정을 지연시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협상을 통해 문제를 계속 해결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였다. 그러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럽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신뢰와 결단을 방해한다는 점을 EU측은 분명히 깨닫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은 중국 기업의 이익을 확고히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주재 중국상공회의소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상공회의소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 확대는 정치적 결정이자, 불공정한 보호주의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 EU간 관련 협상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밝혔다. 또 이로 인해 EU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상공회의소는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해 건설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은 17.8%∼45.3%이며 이 세율은 10월31일부터 5년간 적용된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유럽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놓고 유럽 각국의 생각이 다르다. 중국 현지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한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관세 부과가 오히려 중국과의 경제를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실제 투표 결과로도 드러났다. 27개국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독일과 헝가리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찬성한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10개국이다. 나머지 12개국은 기권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EU,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최종 조치 신중 접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폭스바겐과 BMW 등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계획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독일 외 스페인도 EU와 중국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U 일부 국가들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의 제품에 대한 핀셋 관세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EU 회원국 가운데 독일 등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에 부정적이다. 이들 국가 소속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에 전기차 등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 관세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최악의 경우 유럽산 유가공 제품과 축산물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듯
이번 EU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은 단호한 입장이지만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강력 반발하면서도 오는 7일 양측 실무팀이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세 시행을 연기하라는 의미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양측의 무역 마찰로 이어질 경우 중국 전기차 산업은 물론 유럽의 경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 측은 알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에 상응하는 자신들의 보복카드가 EU 경제에 충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중국은 또 이번 EU의 관세 조치가 경제 및 무역 측면이 아닌 정치적 의도에 의해 추진됐다고 여기고 있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하게 해결하려는 성의를 갖고 있다"면서 "유럽 측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 EU 회원국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문제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