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중국의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서방 언론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인민은행은 금리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RRR, 지준율)를 낮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인민은행은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과 같이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금리 동결 배경
인민은행이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일반 대출 금리의 기준인 1년물은 종전과 같은 연 3.35%를 유지하게 됐다. 부동산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5년물 역시 전월과 같은 연 3.85%다. 인민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미 시장 금리가 충분히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시장 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금리 인하가 경쟁력 없는 기업의 수명 연장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논리 차원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청산이 이뤄질 수 있는 메카니즘이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이는 서구 선진 진영에서 지적하는 과잉생산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적이다.
미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지속되는 특별 초장기 국채 발행 물량도 적지 않은 만큼 기준 금리 카드는 당분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의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 축소에 따른 은행 재무상태도 간과할 수 없다.
◆中, 지준율 인하 통해 내수 부양 가능성 커
쩌우란 인민은행 통화정책 국장은 지난 5일 '고품질 개발 촉진'이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정책 효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경기 회복 및 경제 성장 목표 달성 등 구체적인 문제에 따른 통화 정책의 강도와 리듬을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준율은 장기 유동성 공급을 위한 도구"이며 "경기 활성화를 위한 통화정책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쩌우 국장은 특히 "현재 지준율은 약 7% 내외"라면서 "인하 여지가 여전히 있다"라고 말했다. <본지 9월 5일자 '中 인민은행, 지준율 인하 가능성 시사' 참조>
지준율은 시중 은행권이 예금 인출 등을 감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지준율이 인하되면 시중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커진다. 통상 0.25%포인트 인하 시 5000억 위안(한화 약 92조2500억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5일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춘제 연휴를 앞두고 1조 위안(한화 약 188조5200억원)의 현금이 시중에 풀렸다.
현재 중국 대형 은행이 지준율은 8.5%이며, 중형 은행은 6.5%, 소형 은행은 4.5%다.
일각엔선 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지 않았다면 인민은행이 이달 지준율을 인하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자, 인민은행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지켜 본 후 지준율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왕칭 동방금성 수석 애널리스트는 "은행 유동성을 감안, 4분기 중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 1조 위안의 자금이 시장에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