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통신, 美 보잉 신용등급 저격한 이유

  • 등록 2024.04.25 2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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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보잉 신용등급 'Baa3' 강등
중국 C919 글로벌 시장 진입 발판 삼을 듯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이 미국 보잉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미국의 '국력'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4일(현지시간) 보잉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도 강등했다. Baa3 등급의 바로 아래는 정크(투자부적격) 단계다. 보잉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지면 신규 자금 모집이 불가능하고 채권이 도래하는 등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보잉의 위기는 미국 제조업의 과잉 금융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보잉은 지난 1997년 경쟁사인 맥도넬더글러스를 인수합병했다. 신화통신은 보잉은 이후 자본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당금 등 막대한 돈을 썼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항공산업의 선두주자인 보잉이 맥도널더글러스 인수 이후 자본시장에 끌려다녔다고 평가했다. 보잉이 연구개발(R&D)을 축소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등 이익만 추구했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아웃소싱을 통한 원가절감 등 수익성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보인 737 맥스(MAX)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며 보잉의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항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100년 역사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비행 중 동체 비상문이 뜯겨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상징이자 항공산업의 상징인 보잉이 심각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조명했다. 그러면서 보잉은 미국 제조 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보잉 항공기 주문도 크게 줄었다. 대신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가 중국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 했다. 지난 2022년 한 해 에어버스가 중국에서 수주한 신형 항공기는 모두 472대다. 반면 보잉은 단 한 대도 수주하지 못했다. 


중국 매체들이 보잉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이유는 또 있다. 자국이 개발한 C919의 경쟁 모델이 보잉의 주력 모델인 737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C919 승객 수용 능력은 158~168 석이다. 최대 항속 거리는 5555Km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기 제원만 놓고 보면 C919는 보잉 737 시리즈와 유사하다. 보잉 737은 보잉의 여객기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기종이다. 보잉이 몰락할 경우 C919가 전 세계 항공시장에 진입할 틈이 생긴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COMAC, 코맥)이 생산한 C919는 현재 중국 항공사들이 구매하고 있다. 보잉 경영상황에 따라 해외 판매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 향후 20년간 중국 신형 상용 항공기 수요는 8400여대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 여객기 대신 자국 C919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관영 신화통신이 '보잉 위기, 금융화된 미국 제조업'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보잉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전한 이유다.
 

조영신 기자 yscho@economic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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