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만 인하하는 '핀셋' 통화정책을 내놨다.
인민은행은 20일 자행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5년 만기 LPR가 연 3.9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하 폭은 0.25%포인트다. 5년 만기 LPR는 지난해 6월 4.20%에서 4.10%로 0.10%포인트 인하한 후 8개월 만이다. 5년 만기 LPR는 부동산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잣대다.
반면 시중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1년 만기 LPR는 종전과 같은 연 3.45%로 동결했다. 1년 만기 LPR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동결이다.
◆中 핀셋 통화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1년 만기 중기대출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했다. 통상 MLF가 동결되면 LPR는 동결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19년 8월 LPR 제도가 개편된 이후 MLF와 LPR가 동조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간 MLF와 LPR가 달리 움직인 것은 2021년 12월(1년 만기 LPR)과 2022년 5월(5년 만기 LPR) 단 2차례뿐이었다. 따라서 중국 내부에선 인민은행이 이달 LPR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전망과 달리 LPR를 인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LPR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대출금리와 직결되는 5년 만기 LPR 인하 가능성이 언급됐다. 일반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1년 만기 LPR는 동결하고 5년 만기 LPR만 인하하는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주장이었다.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은 지난해 12월 2221억 위안에서 지난달 9801억 위안으로 늘었다. 내친 김에 5년 만기 LPR 금리를 인하,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게 인하론자들의 목소리였다.<본지 2월19일자 '中 20일 기준금리 인하할까' 참조>
5년 만기 LPR 금리는 역대 최저다. 현재 시장의 개인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종전과 비교해 0.75%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이번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떨어진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유효 수요가 약하고, 시장 기대감 또한 낮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국 내부에선 이번 5년 만기 LPR 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회 앞두고 경기 부양 의지 재차 확인
오는 3월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린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이자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공개된다.
중국 내부에선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지난해와 같은 '5%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5% 내외 성장은 중국 지도부의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1분기(1~3월)부터 고삐를 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5년 만기 LPR 금리 인하는 연초부터 중국 당국이 통화 및 재정 정책 카드를 적극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5년 만기 LPR 금리 인하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주택 담보대출 이자 부담 경감은 소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내수 회복에도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대출 잔액이 100만 위안(한화 1억8564만원)이고 만기 30년(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인 대출자의 경우 월 상환액은 4890.17위안(금리 4.2%)에서 4745.37 위안(3.95%)으로 144.8위안 줄어든다. 30년 누적 원리금 감소액은 5만2128 위안(968만원)이다.
중국 내부에선 이번 5년 만기 LPR 금리 인하가 중국 내수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또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하를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