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다음달 5일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인하한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24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다음달 5일 RRR를 0.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판 총재는 이를 통해 1조 위안(한화 186조34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RRR는 시중 은행권이 예금 인출 등을 감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RRR가 인하되면 시중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커진다. 통상 0.25%포인트 인하 시 5000억 위안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한 바 있다. 앞서 15일에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2.50%로 동결했다.
중국 내부에선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감안, 인민은행이 RRR 인하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중국 거시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추가 재정정책과 별개로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RRR) 추가 인하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더욱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사회적 금융비용(대출금리)을 줄여 경제 회복을 견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본지 1월22일자 '中 금리 동결 속내' 참조>
인민은행은 또 25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재대출 및 재할인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판 총재는 올해 통화 정책에 대해 "다양한 통화 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사용,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 사회자금 조달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 공급은 경제 성장 및 물가 수준에 맞도록 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RRR 인하는 결국 기준금리는 유지하면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민은행이 지난 22일 LPR를 동결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말 1조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 5000억 위안이 시중에 공급됐다. 나머지 5000억 위안은 올 1분기 중 추가 공급된다.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 LPR를 동결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중국 시중 은행권이 예금 금리를 인하, 은행권의 순이자마진 확보가 가능해진 점도 고려됐다. 중국 공상은행 등 시중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22일 1년 미만 정기 예금 금리는 0.1%포인트, 2년 만기 예금은 0.2%포인트, 3년 및 5년 만기 예금 금리는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중국 은행권은 지난 1일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포인트 인하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예금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은행권이 연간 2250억 위안(40조70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거시적 측면에서 중국 경제가 정상화 궤도를 밟고 있음이 증명된 만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이유가 당분간 없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중국이 LPR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PR 인하가 위안화 환율 등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통화 당국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예의주시하면서 통화정책 집행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며, 이 기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정책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통화당국은 통상 RRR를 0.25%포인트씩 낮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인하했다는 것은 연초부터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