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중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예상됐던 것이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중국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 만기 금리를 연 3.35%로 동결했다. 또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5년 만기 LPR 금리도 전월과 같은 4.2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경기가 급속히 경색되자 지난달 1년 만기 LPR를 0.2%포인트 인하하고 5년 만기 LPR는 동결한 바 있다.
LPR는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로 중국 내 금융회사들은 이를 대출 영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중국 기준금리 동결 배경
인민은행의 이날 LPR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우선 거시경제 지표인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8월 반등, 경기 개선 시그널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8월 소매판매액은 3조7933억 위안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4.6% 늘어났다. 산업생산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5.6%)를 정점으로 5월 3.5%, 6월 4.4%, 7월 3.7%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경제를 엿볼 수 있는 또다른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호전됐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 달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준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존재하지만 '경제가 바닥을 쳤다'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내부에선 지난 15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동결된 점을 감안, LPR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9년 8월 LPR 제도가 개편된 이후 MLF와 LPR가 동조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간 MLF와 LPR가 달리 움직인 것은 2021년 12월(1년 만기 LPR)과 2022년 5월(5년 만기 LPR) 단 두차례 뿐이었다.
또 지난 14일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RRRㆍ지준율)은 0.25%포인트 인하한 것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지준율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지준율 인하 시 시중 은행권의 유동성 공급 능력이 커진다. 통상 0.5%포인트 당 1조2000억 위안 가량의 여력이 생긴다.
중국 내부에서 거시경제 지표 개선, 지준율 선제적 인하, MLF 동결 등을 감안, LPR 동결을 예상했었다.
◆추가 금리 인하 안 할 수도
경기 부양에는 금리 인하만큼 효과가 큰 정책도 없다. 문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미국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반면 중국은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해 왔다. 양국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위안화 환율이 약세를 보여왔다. 실제 지난 8일 달러당 위안화는 7.351위안까지 떨어진 바 있다. 통화 당국 입장에선 달러 유출 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선 인민은행이 상황에 따라 위안화 환율 변동에 대처하는 정책 도구를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중국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지만 여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국제 유가상승으로 매파적 기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4분기 경기 상황에 따라 LPR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민은행 등 중국 당국이 LPR보다는 여타 보조적 수단을 활용,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5년 만기 LPR를 동결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중국 당국은 금리 대신 주택 구매 제한을 풀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우한, 시안, 샤먼 등 중국 2선급 11개 도시에서 아파트 등 주택 구매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다. 금리 등 금융적 조치가 아닌 행정적 조치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1선급 도시의 행정적 조치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LPR가 아닌 지준율 등 여타 금리를 인하,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간접적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10월 국경절 연휴 현금 쿠폰 등을 지급, 내수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