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내부통제' 강조

  • 등록 2023.09.11 08: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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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원대 VIP 고객 상대 횡령 사고
치매 할머니 등 VIP 고객 돈 빼돌려

남편의 무시 등으로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 유이화(이하 이화)는 우연한 계기로 은행 비정규직(경단녀)으로 취직한다. 조용한 성격의 이화는 VIP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은행은 그녀에게 VIP 대면 서비스를 전담하게 한다. 그녀의 고객 가운데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할머니의 병을 알게 된다. 이화는 할머니의 돈에 손을 댄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 시작된다. 수법은 시간이 갈수록 대담해진다. 빼돌린 고객 돈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 결국 이화는 태국으로 도피하며 파국을 맞는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 5월 종방한 ENA 드라마 '종이달'의 줄거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드라마에나 나올 법 한 은행 횡령 사고가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역삼)에서 발생했다. 고객 돈을 빼돌린 수법도 드라마와 유사하다. VIP 고객 전담 직원이라는 것도 드라마와 같다.


신한은행이 A모 차장(여)의 횡령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4월이다. A 차장의 VIP 고객 가운데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A차장은 조금씩 할머니 돈을 빼돌렸다. 통장에서 돈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할머니 아들이었다. 아들이 할머니 통장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 신한은행에 확인했다.


A차장은 할머니 돈만 손댄 것이 아니다. 알려진 횡령액이 2~3억원 보다 훨씬 많은 7억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횡령 사고를 금융당국에 신고했고, A차장을 형사 고발했다.


신한은행 조사 결과, A차장의 횡령은 10년 가까이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법이 치밀하고 다양해 지점장 등 동료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거 A차장과 함께 근무했던 지점장과 부지점장 등 8~9명의 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징계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A차장은 횡령 사실이 발각되기 전까지 '일 잘하는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 책임자들 사이에선 "일 잘하는 직원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의심하는 등 조직 분위기가 깨진 것이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해야 하는데 사고 발생 이후 일 잘하는 직원들을 더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십억~수백억원대 횡령사고와 달리 이번 사고는 창구에서 일어난 사고, 특히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고라는 점에서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다"며 더욱이 강남중앙지점은 신한은행 내 최상위권 실적을 내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 임본부장 워크숍에서 수차례에 걸쳐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금융그룹의 미래를 제시해야 할 금융지주 회장이 내부통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영신 기자 yscho@economic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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