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OC)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지점을 개설했다. 중국 은행이 사우디에 지점을 낸 것은 중국공상은행(ICBC)에 이어 2번째다.
사우디는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된 바 있다. 친미 국가인 사우디는 최근 중국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는 등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동의 맹주 국가다.
동방재경망과 동화순재경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은행이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첫 지점을 개설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날 지점 개소식에는 아이만 알사야리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와 살레 알리 캅티 사우디 투자부 차관 등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중국은행은 지난 2005년 바레인에 지점을 설립, 중동에 진출했으며, 이후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에 지점을 순차적으로 설립한 바 있다.
◆한발 더 다가선 중국과 사우디
이번 중국은행의 사우디 지점 설립은 앞으로 중국과 사우디가 경제 협력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우디가 정식 브릭스 회원국이 된 만큼 에너지 등 양국간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실제 이날 지점 개소식에 참석한 사우디 고위 인사도 이같은 의미가 담긴 말을 남겼다. 알사야리 총재는 "중국은행의 사우디 지점 개설은 양국 경제 및 무역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중국 기업 및 자금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지원과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캅티 차관은 "중국은행의 사우디 지점 설립으로 양국간 투자 협력이 촉진될 것"이라며 "사우디 투자부는 앞으로 중국은행의 거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류진 중국은행 행장은 "중국은행의 사우디 진출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중국은행은 사우디는 물론 아랍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中, 중동 중재자 위상 과시
지난 3월10일 중동의 앙숙이자 맹주를 자청하는 사우디와 이란이 국교 복원에 합의했다. 양국이 화해의 손을 잡은 곳은 중국 수도 베이징이다.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겸 외교부장이 나란히 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왕 부장이 중간에 섰다. 누가 봐도 중재자는 왕 부장, 즉 중국이다.
사우디와 이란은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해소됐다. 사진 한장으로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은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달라진 정치적 위상에는 경제적 이익이 따라온다. 중국의 '일대일로' 중동 계획이 물꼬를 텄다.
중국 중심의 브릭스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와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가 정식 회원국이 됐다. 브릭스는 회원국을 더욱 늘리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 중심의 경제 블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꿈, 위안화 국제화
중국 외교에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숨이 뜻이 담겨 있다. G2(주요 2개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화폐 위안화는 국제 사회에서 잘 통용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힘이 기축통화인 '달러'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0년 넘게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위안화 국제화의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안화 거래가 급증했다.
지난해 2월 기준 러시아 외환결제액 중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에는 39.6%로 급증했다.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지난해 2월 2%에서 올해 4.5%로 껑충 뛰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도 중국과 무역 거래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하기로 했다. 모두 브릭스 회원국이다.
중국 매체들이 중국은행의 사우디 지점 개설을 주목하고 있다. 산유국 사우디의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이 사우디와 위안화 거래를 시작하면 위안화 국제 사용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된다.
중국은 사우디 원유 최대 구매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사우디로부터 원유8750만t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원유 수출의 21.7%에 해당된다.
왕펑 베이징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브릭스 회원국간 현지 통화 사용은 무역은 물론 금융까지 향상시킬 것"이라며 사우디와의 협력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달러를 무기로 특정 국가를 제재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