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류허 전 부총리를 만난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6일 오후 5시께 베이징에 도착한 옐런 장관은 오는 9일까지 머물며 중국 주요 경제 라인과 회동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의 방중 결과물에 대해 미국 언론과 중국 매체들은 서로 다른 예상을 하고 있어 실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美, 중국 달래면서 이익 추구
미국 언론들은 중국을 달래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난제가 옐런 장관 앞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이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을 사수해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이 중국 경제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설명, 양국 간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옐런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미국의 반도체 등 수출제한 조치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위한 것이지, 광범위한 경제 전쟁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열린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큰 재난이며,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낸 팀 애덤스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은 옐런 장관이 "(미국의 정책이) 봉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협력의 기조를 조정하고 무역·투자에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냉철한 이성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이 대중국 규제의 일부를 철회하는 등 획기적인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미국 내 전반적인 분위기다. 중국 측의 기대와 달리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둔화로 고율관세 유지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온다. 옐런 장관이 중국 핵심 경제 라인과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중 양국 경제의 일부분이라도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양쪽 모두 승자)'으로 되돌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고관세,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규제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게 미국 내 분위기다.
◆中, 중국산 제품 관세부터 내려
중국 역시 미국과 경제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7일 틀어질 대로 틀어진 양국 상호 신뢰가 회복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옐런 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온건적인 목소리를 내는 실용적인 관료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중·미 간 협상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 매체는 중·미 간 미국 부채(국채)와 무역 문제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관세 일부를 취소하거나 인하한다면 양국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미국 스스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철회하라는 뜻이다.
주민 인민은행 전 부행장은 이번 옐런 장관 방중과 관련 "고율관세 철회, 중국에 대한 슈퍼(통상법) 301조 조사 철회, 중·미 무역협정 1단계 점검 등이 중·미 간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철회가 양측이 논의해야 할 첫 번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고율 관세는 미국 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려 미국 물가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옐런 장관이 중국 측에 미국 국채 보유량을 늘리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은 세계 2위 미국 국채 보유국이지만 지난해부터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둥사오펑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은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전문가들의 말은 종합, 중국의 정책은 일관되지만 미국은 대선이라는 자국 정치 일정에 따라 또 정치 상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며 미국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