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동맹국과 중국의 무역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기밀 정보를 공유 동맹체이자 미국의 최우방국을 일컫는다.
13일 중국 해관총서(세관)이 최근 공개한 5월 중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영국과 캐나다, 호주의 대중국 무역이 크게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국가는 호주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중국과 호주의 무역액은 6729억4000만 위안(한화 120조712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4%나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중국은 호주로부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3%나 급증한 4570억8000만 위안어치의 제품을 수입했다. 대신 중국은 호주로 2158억6000만 위안(15.7% 증가) 어치의 제품을 수출했다.
호주는 미국만큼이나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국가다. 중국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등 호주 정부의 정치·외교적 움직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소고기, 와인, 석탄, 철광석 등 호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5월 앤서니 앨버니지 신임 호주 총리가 취임하면서 해빙 모드로 바뀌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 뜻을 내비쳤다. 정치는 정치적으로, 경제는 경제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실리주의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올 5월까지 무역 증가는 기저효과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국 캐나다도 올해 들어 중국과의 교역이 증가했다. 5월까지 중국과 캐나다의 무역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0% 증가한 2497억 위안이다. 중국의 캐나다 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0.2% 감소했지만 수입은 무려 69.0% 치솟은 1238억4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지난달 양국이 상대국 외교관 1명씩을 각각 추방하는 등 여전히 정치외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모습니다.
영국 역시 무역액이 증가했다. 5월 누적 중국과 영국의 무역액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2715억 위안이다. 영국으로부터 수입은 전년 대비 9.8%(574억2000만 위안) 감소했지만 수출은 6.0%(2140억8000만 위안) 증가했다.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 가운데 올해 중국과 교역액이 감소한 국가는 미국과 뉴질랜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액은 전년 대비 5.5%(수출 8.5% 감소, 수입 3.9% 증가) 줄었다. 뉴질랜드 역시 전년 대비 무역액은 7.1%, 수출 5.3%, 수입 7.9% 각각 감소했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회원국 가운데 인도와 호주가 중국과 실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중국과 인도의 무역액은 3808억 위안을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중국의 대인도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각각 10.8%와 11.8% 늘어났다. 4개국 가운데 2개국의 중국과 무역이 증가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회원국 가운데 2개국이 중국과 교역이 증가했다.
미국과 함께 정치적 같은 길을 얻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중국과 교역을 증가하는 등 별도의 경제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EU와 모두2조2791억8000만 위안 어치의 거래를 했다. 이 기간 중국의 대EU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조4791억4000만 위안이며, 수입은 5.8% 늘어난 8000억4000만 위안이었다. EU 회원국 중 정상이 직접 중국을 방문한 프랑스와 독일의 무역액은 전년 대비 각각 7.7%와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 간의 교역액이 증가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올 5월까지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늘어난 4040억2000만 위안이다. 이 기간 중국의 대인도네시아 수출은 5.8%(1866억1000만 위안) 증가했고, 수입은 16.4%(2174억1000만 위안) 급증했다.
올 5월까지 중국과 베트남의 무역액은 전년 대비 4.8% 늘어난 6014억3000만 위안)이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5.6%와 3.5% 늘어난 3891억2000만위안과 2123억1000만 위안을 나타냈다.
중국 내부 경제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중국이 한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 무역 거래를 면밀히 관찰,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물론 아세안과의 교역도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