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는 미·중 관계...디리스킹

  • 등록 2023.06.14 07:49:29
크게보기

디리스킹은 中에 보내는 미국의 메시지
美 디리스킹이 한국 경제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큰 재난(disastrous)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 배제는 실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를 통해 우리도 이익을 얻고 중국도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피력했다.
디커플링은 전 세계 공급망과 산업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으로 말한다. 미국은 과거 도럴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부터는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중국 경제를 견제해왔다.
옐런 재무장관은 이 같은 발언은 '디리스킹(deriskingㆍ위험억제)'라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변곡점 맞는 미·중 관계
옐런 재무장관의 이날 발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나왔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한다. 따라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에서 중국 측과 어떤 주제로 어떤 대화를 나눌지 가늠할 수 있다.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중국 측에 보내는 미국 측의 사전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의 대중국 메시지는 지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보다 더 복잡하게 얽힌 EU와 중국 경제 관계를 반영한 뜻으로 해석됐지만 이후 기조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확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G7)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킹)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 서방 진영의 대중국 기조가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디리스킹으로 바뀐 배경
미국이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은 트럼프 전 행정부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 흑자를 제동을 걸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ㆍ중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당시 집권 3기를 구상하고 있던 시진핑 중국 주석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밀리면 3기 집권의 대의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면서 고도화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커플링을 통해 중국 경제는 물론 중국 지도부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기술 및 경제 발전을 막을 수 있는 반도체 카드를 꺼냈다.
현재까지 미국의 '칩 4'을 형성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다. 중국산에 대한 고율의 관세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 반등도 여의치 않다. 역설적이지만 중국 경제가 활기를 띠어야 미국을 포함 전 세계 경제가 부양될 수 있는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병폐이자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경제는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1%대 성장만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견제 막이 형성된 만큼 중국과 모종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일각에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미국 경제 관련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첨단 제품이 아닌 제품에 대한 압박을 풀어 미국 내수를 끌어올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할 경우 대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中, 미국 손 잡을지 미지수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전환은 일종의 우롱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족쇄를 채워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만 챙기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중국 측이 모를 리 없다.
다만 미국 측이 대만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 내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수교 당시 입장을 확인할 경우 중국 측이 미국이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 고위급 인사 가운데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가장 먼저 중국을 찾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국 방문을 앞둔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친 부장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모든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중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환구시보는 덧붙였다. 
관변학자인 리하이동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우리(중국)는 미국의 방문 요청을 거부하지 않지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측이 진정한 의도를 가지고 방문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미국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회담에서 언급된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번 방문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원하는 답을 들고 오라는 소리다.

 

◆美 디리스킹 한국에 미치는 영향
중국 측이 미국의 손을 잡을 경우 전 세계 경제가 일단 수렁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경제계 인사를 포함 미ㆍ중간 인적교류가 확대되고 중국에 대한 투자(반도체 등 첨단 산업 제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표면적으로는 대중 무역집중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중국의 속 좁은 보복이다. 한국이 그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만큼 중국 측의 보이지 않는 보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당시 중국은 대놓고 한국에 경제 보복을 했다. 중국은 학습효과가 빠른 국가다. 시장이 큰 만큼 사용할 보복 무기가 많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산업 체질을 개선해 왔다. 동남아시아가 대표적이다. 중국도 인건비 등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로 생산 기지를 많이 이동시켰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없는 원부자재는 동남아산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품질이 좋은 한국산 대신 동남아산으로 원부자재를 바꾸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이 한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영신 기자 yscho@economicwatch.co.kr
Copyright @이코노믹워치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30 대우빌딩 복합동 711호 등록번호: 서울 아54861 | 등록일 : 2023-05-11 | 발행인 : 조영신 | 편집인 : 조영신 | 전화번호 : 07077918882 Copyright @이코노믹워치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