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오는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민은행은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1년 만기 MLF 금리를 기존 2.75%에서 2.6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MLF 금리 인하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인민은행은 MLF를 통해 유동성을 조절한다. MLF 인하는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다. 이번에 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은 2370억 위안(미화 330억 달러)이다. 사실상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또 단기물(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통해 20억 위안의 유동성도 공급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의 금리를 기존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 7일물 정책금리가 내려간 것은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인민은행의 MLF 및 단기물 정책금리 인하는 경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이자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왕윈진 즈신투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MLF 금리 인하는 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은 수요 회복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부에선 오는 20일 인민은행이 LPR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왕칭 둥팡진청 수석연구원은 "MLF는 LPR 가격 책정의 기준(선행지표)이 된다"면서 오는 20일 LPR 인하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중국 내부에선 1년물 LPR는 0.05%포인트, 5년물 LPR는 0.15%포인트 인하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다양한 통화 정책 도구를 종합적으로 사용, 합리적이고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발언을 중국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한 것도 LPR 인하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미중간 금리 격차를 감안, LPR 인하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국은 자본유출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눈여겨볼 부분은 5년물 LPR다. 5년물 LPR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인민은행이 5년물 LPR를 0.10%포인트 인하할 경우 그동안 규제해 왔던 부동산을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부동산은 사는 곳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며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펴 왔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그만큼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밝힌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각종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했지만 전월 18.4%보다 둔화됐다. 산업생산 역시 3.5%로 전월 5.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고정자산투자는 누적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전월 4.7%보다 낮았다.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를 기록,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르면 16일 늦어도 19일 내수시장 및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